이제는 '열대 출신'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7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첫 출근한 23세의 베트남 출신인 청년 노동자가 폭염속에 '앉은 채'로 쓰러져 숨졌다. 왜? 고온다습하기로 유명한 열대 기후의 베트남에서 왔기에 '더위엔 익숙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지금 현재의 여름 폭염에 환경은 단순히 '덥다'는 수준을 넘어 신체에 치명적인 복합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니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기후 특성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열대 몬순 기후로 고온다습하지만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고 자연적인 음영(그늘) 환경이 잘 형성돼 있어 체열이 분산되기 쉽다. 반면에 한국은 도시화된 환경이 많고, 폭염의 기간동안 '열섬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며, 특히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바닥이 열을 머금고 방출하는 특성이 있어 체감온도를 급격히 높인다. 실제 외부 기온이 35도일 때 체감온도는 습도와 열반사로 인해 45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
노동환경이나 복장도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폭염 시 낮 시간 노동을 회피하거나, 휴식을 자주 가지는 문화가 일부 지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의 건설 현장은 작업 진도에 쫒기며, 폭염 경보에도 작업이 중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언어와 문화라는 장벽 속에서, 본인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쉬어도 된다'는 말 조차 듣지 못한 채 참으며 일하다가 쓰러지는 경우 또한 다반사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는 무거운 작업복, 안전모,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한다. 이러한 복장은 체온 발산을 막고 땀이 증발하지 못하게 하여 내부에 열이 축적되도록 만든다. 즉, 처음 한국에 온 노동자는 기후뿐 아니라 노동의 강도와 장비 착용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아, 빠르게 탈수 증상이나 열사병 증상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폭염에 대응하는 수칙의 철저한 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건설 현장이나 농촌, 택배, 운전 등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근로자들은 다음과 같은 수칙들을 지켜야 한다. 우선 '폭염 시 실외 작업 제한 또는 중지', '30분~1시간마다 규칙적인 휴식', '수분 공급은 목마르기 전부터(카페인이나 탄산은 피한다)', '헐렁하고 통풍이 잘되는 작업복 착용', '열사병 초기 증상에 즉시 대응 할 수 있는 감시 및 동료들의 체크와 같은 체계를 구축' 등이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날씨가 아닌 재해 수준의 위협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20대인 청년의 생명까지 앗아가버린, 그야말로 치명적인 변수가 아닐 수 없으니 말이다. 요는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분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개개인들이 대응 수칙을 스스로 지킬 필요가 있겠지만, 법적인 제도의 정비와 실질적인 현장의 대책 마련 또한 절실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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