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는 수많은 위성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강렬하고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천체가 있다. 바로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이오'라는 녀석이다. 이름만 들으면 별거 없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하는 천체로, 그 위력은 우리의 지구를 뛰어넘는, 말 그대로 극한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란 인물이 1610년에 발견한 이오는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중 하나로, 이 위성들에는 '이오'외에도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들도 있다. 이 중 이오는 크기 면에선 세 번째이지만 그 내부 활동은 단연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지표면 전체가 황과 용암으로 뒤덮여 있으며, 활화산 또한 수백 개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화산은 수십 킬로미터 높이로 분출하기도 하기에, 이는 지구의 어떠한 화산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오의 격렬한 화산 활동은 단순히 위성 내부에 열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비밀은 바로 이오가 '목성과의 조석력(조력, tidal force)'에 의해 끊임없이 비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오는 목성뿐 아니라 유로파, 가니메데와도 궤도 공명을 이루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정한 간격으로 궤도가 살짝씩 늘어나고 또 줄어든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궤도가 변하면서 이오의 내부는 지각이 마찰되고 변형되며 열이 발생하는 '조석 가열'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열로 인해 이오 내부의 암석은 녹아 마그마가 되고, 이 마그마는 화산을 통해 분출된다.
게다가 이오의 표면은 황, 이산화황, 그리고 다양한 화산물질로 덮여있어 독특한 노란빛과 붉은빛을 띤다. 언뜻 보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다. 기온은 무려 영하 140도(평균) 정도이며, 대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이산화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산화황'이란건 사람에게 있어 질식과 동상이 동시에 유발될 수 있는 위험한 기체다. 게다가 이오는 목성의 방사능 벨트 안에 위치해 있어 엄청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이 우주복을 입고 착륙한다고 해도 단 몇 시간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당 위성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는 보이저 1호가 1979년 이오를 근접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처음으로 이오의 화산 분출이 포착되었고, 과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갈릴레오 탐사선(1995~2003)이 이오를 여러 번 근접 통과하며 상세한 영상과 데이터를 전송했다. 이오의 화산은 광대한 용암호, 붕괴된 칼데라, 높은 분출구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구와는 전혀 다른 행성 지질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오 자체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지구 이외의 세계에서 지질 활동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조석력과 행성 중력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오의 화산 분출은 해당 위성의 주변에 '이온화된 가스 구름(플라스마 토러스)'을 형성하는데, 이 현상은 목성의 자기장 연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이오라고 하는 위성은 지구 밖에서 가장 격렬하게 살아있는 천체 중 하나다. 화산이 뿜어내는 용암, 극단적인 방사능, 차가운 황의 평원 등 이오의 세계는 그 자체로 한 편의 SF인 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도,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이오의 모습은 우주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 숨 쉬는지를 새롭게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