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태양계의 행성들 중, 금성은 지구와 크기나 질량이 비슷해 '지구의 쌍둥이'라고 불리곤 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금성은 지구와 전혀 다른 독특한 성질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금성의 하루가 1년보다 길다는 점이다.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란, 행성이 자전하여 한 번 자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지구의 경우, 약 24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1년'은, 행성이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데, 지구는 약 365일이 걸린다. 그런데 금성은 이 기본적인 천문학적 상식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행성이다.
일단 금성의 자전 속도는 매우 느리다. 금성이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43일(지구일 기준)이고, 반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는 약 225일(지구일 기준)이다. 즉, 금성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에는 자전 한 번을 다 끝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금성의 하루가 1년보다 길어지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금성의 자전 방향 역시 지구와는 반대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지만, 금성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한다. 이를 '역행 자전'이라 부르며, 태양계 내에서 금성과 천왕성만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금성에서는 태양이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만약 금성 표면에 서서 하루를 경험해 본다고 가정하면, 해가 천천히 서쪽에서 떠서 오랜 시간을 두고 하늘을 이동한 뒤 동쪽으로 지게 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성의 대기는 두꺼운 이산화탄소층과 짙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지표에서는 태양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대기압도 지구의 90배에 달하고, 표면 온도는 평균 약 470도로, 납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성의 하루와 1년의 관계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충돌과 상호작용을 거치며 각자의 자전 속도와 방향을 가지게 됐는데, 금성이 이렇게 느리고 역방향으로 자전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가설로는, 형성 초기 거대한 천체와의 충돌로 인해 자전 방향과 속도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이론은 금성의 두꺼운 대기와 조석력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금성은 지구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그 속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세상임을 보여준다. '하루가 1년보다 긴 행성'이라는 점만으로도 금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앞으로 더 많은 탐사와 연구를 통해 금성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